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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인데도 좀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한 원룸 방. 커튼으로 창문을 모조리 가려놓고 전등 불빛도 켜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 마우스 소리만 쉴 새 없이 들린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빠는 정신없이 온/오프라인 게임 중이다. 막 잠에서 깬 딸 소희(가명·9)는 잠투정을 부리고 싶은 생각을 꾹 참고 휴세종화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상품권 카드결제 아빠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또 거친 손길이 날아오고 말 것이다. 소희 아빠는 게임 중독자다.


엄마 진민지(가명·39) 씨는 지난날의 선택을 후회한다. 온라인 채팅에서 남편을 만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던 그는 연애 시행과 한번에 진 씨를 만나러 경북으로 자주 내려왔다. 그렇게 둘은 동거를 시행했고 아이가 생겼다.


공장에 취직해 착실히 근무하던 남편이었다. 다만 남편의 본색은 한 달 만에 드러났다. 성실히 일터에 나서던 형태은 점차 사라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날이 불어났다. 원래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던 남편이었지만 갈수록 정도는 심해졌다. 아이는 수시로 커갔지만 남편은 아이 대신 게임 캐릭터 키우는 데 더 전념했다.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건 고스란히 진 씨의 몫이었다. 다만 자본은 좀처럼 모이질 않았다. 진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20시간 연속으로 일을 했지만 벌어온 금액은 남편의 캐릭터를 키우는 데 속속 들어갔다. 남편은 매달 80만원 가까운 핸드폰 소액결제를 일삼았다. 진 씨는 그런 남편을 말리긴 어려웠다. 돈을 주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폭행이 시행됐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게 방치된 빚만 800만원이다.


진 씨는 얼마 전 딸과 생이별을 했었다. 남편의 무차별적 폭력은 딸에게도 향했고 딸은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진 씨는 살고자 딸과 집을 나왔다. 그런 저들이 정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진 씨의 일터인 편의점.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편의점 창고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냈다. 창고에 간이침대를 넣어두고 딸을 그곳에서 재웠다. 밥은 늘 유통기간 지난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다. 부모가 일을 마칠 때까지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창고 침대에서 휴일산화를 보고 버텼다. 씻는 건 남편이 집을 비운 기간을 이용했다. 남편이 없는 사이 딸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 후다닥 씻고 나오기를 반복하였다.


남편은 그만 돌아오라며 끊임없이 진 씨를 설득했었다. 진 씨는 그런 남편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결국 사달이 났다. 진 씨가 잠시 눈을 붙인 사이 딸의 칭얼거림에 남편은 후세를 자로 때렸다. 자가 부러질 만큼의 강도에 결국 아이 신체에 상처가 남았고 아이것은 학대제보로 집을 떠났다. 그 후 남편은 돈을 내놓으라며 진 씨의 일터를 찾아 폭력을 한 차례 더 가했고 결국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진 씨는 며칠전 불안 속에서 산다. 접근금지로 경기도로 돌아갔다던 남편이 며칠 전 다시 진 씨 근처로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경찰이 순찰허나, 남편이 진 씨의 집과 일터에 급작스럽게 찾아오진 않을까 불안함이 크다. 이사를 가고 싶지만 즉시 자금이 없다. 오늘날 거주하는 집의 보증금을 받아 이사라도 가고자 했지만 집주인이 사기로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다. 부모님은 작년에 돌아가셨고 도움받을 형제조차 없다.


딸을 데려오기도 어렵게 됐다. 요즘 편의점 점주가 갈아타면서 진 씨는 일을 그만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시 일을 구해야 그러나 시골 마을이라 일자리도 잘 없는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매일 밤 딸 아이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리지만 없는 형편에 잠시동안 시설에서 크는 게 아이에게 나을 것이라고 애써 홀로 위로해본다.


'예전엔 '엄마 매일 보고 싶어'라며 소희도 매일 울었는데 이젠 '엄마 우리 조금만 참자. 곧 만날 수 있을 거야'하며 오히려 날 위로합니다…'는 진 씨. 그런 진 씨는 얼른 자금을 벌어 아이와 함께 남편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날만을 기다린다.